2022년 12월 21일,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 “비거니즘, 정치를 바꾸자”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동물해방물결이 주최한 비거니즘 계간지 『물결』 창간 2주년 대담회였습니다. 현희진 편집장이 8권의 『물결』을 되돌아보며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한 여정을 감사하고 축하했습니다. 이슬아 작가가 사회를 보고 이지연 대표와 장혜영 의원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탈축산과 기후국감이라는 화두가 만나 새로운 정치를 제시했습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은 2023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638조 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나라 살림이 지구를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데 쓰인다고 개탄했습니다. 이지연 대표는 인제군 신월리 달뜨는보금자리를 예로 들며 생명을 살리는 일이 마을 살림과 지구 살림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후생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탈석탄 뿐만 아니라 탈축산도 정부 기조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장혜영 의원은 스스로 ‘비건 지향’임을 밝히며 동의했습니다. 나아가 의원 한 명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니 더 많은 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달라 부탁했습니다. 동물당 창당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와 함께요.

2년 전, 『물결』을 창간했던 이유로 돌아갑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당이 등장했고, 동물 운동계에서는 동물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시기 상조라고 결론짓고 비거니즘을 정치사상으로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물결』이 탄생했습니다. 창간호부터 제목을 읊어봅니다.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소’, ‘보신이란 무엇인가’, ‘물살이’, ‘교차성x비거니즘’, ‘비건으로 충분한가?’, ‘비건이라는 상상력’, ‘보금자리’. 주로 언어를 다듬는 일이었습니다. 영미권 담론인 동물해방과 비거니즘이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조약돌을 하나하나 던지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땅의 오랜 생명살림 전통을 만났습니다. 비거니즘을 채식주의가 아닌 죽임 반대, 즉 살림의 철학과 운동으로 정의하고 꽃풀소 살림 프로젝트를 성공했습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물결』의 편집진은 내부 논의를 가졌습니다. 『물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비거니즘의 정치 담론화를 이끌었습니다. 『물결』 창간 이후 생태 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이 나왔고, 민음사는 인문잡지 『한편』 ‘동물’호, 『한겨레21』은 ‘비건 비긴’호를 만들었으며, 최근 『자음과모음』에서도 ‘동물-권’호를 발간했습니다. 이미 물결은 파도가 되고 있습니다.

출판사 두루미는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해 왔습니다. 두 주체는 자생적으로 담론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고, 선택과 집중의 방향을 달리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종이 잡지 형태인 『물결』의 출간을 이대로 지속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결정한 배경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지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최적의 시점이라 판단하였고, 정기 구독자분들께는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따로 연락드려 환불 절차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출간된 도서들에 대한 판매는 계속해서 이루어집니다.

『물결』의 여정은 코로나19와 함께했습니다. 창궐과 동시에 출간하여 지난 2년 동안 여러분과 함께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생명을 죽이는 문명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동물이 아프면 인간도 아프다는 진실을 자각시켰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과 기후생태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면서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이제 다들 비건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코로나19가 잦아드는 지금 『물결』은 막을 내리지만, 다 함께 더 모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칠 때입니다. 그동안 『물결』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동물해방물결과 함께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출판사 두루미 드림.